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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버킨의 내한 공연
    2013년 3월 30일 토요일 저녁 7시 유니버설 아트센터 (구 리틀엔젤스 예술회관) 프렌치 팝의 아이콘 제인 버킨 Jane Birkin 이 생애 마지막 월드 투어로 한국을 찾는다.
    전세계적인 호평과 기립 박수 속에서 2년 동안 진행된 기나긴 투어의 마지막 여정인 이번 공연은 지난 첫 내한공연을 놓친 한국팬들의 재공연 요청 속에 진행되었다. 투어일정에 없던 공연이 팬들의 요청으로 성사되는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토록 귀한 서울에서의 마지막 공연, 그녀가 봄과 함께 온다.


    제인버킨. 그 유명한 에르메스 버킨백의 주인공이며 영국태생의 프렌치 팝 아이콘이라 불린다.

    벡 Beck이나 베이루트 Beirut, 아케이드 파이어 Arcade Fire 같은 젊은 음악가들이 그녀와 세르쥬의 작품을 다시 부르고 칭송하며, 파이스트, 프란츠 퍼디난드, 카에타누 벨로주, 브라이언 몰코 등이 그녀와 노래를 부른다.

    영국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음악계는 그녀를 프랑스 출신의 그 어떤 가수 이상으로 존경하고 있다. 무엇보다 프랑스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뛰어난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으로 기록되고 있는 세르쥬 갱스부르의 곡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뮤즈다.

     

    Je T’aime…Moi Non Plus, Di Doo Dah, Ex-Fan Des Sixties, Baby Alone In Babylone, Amours Des Feintes, Yesterday-Yes A Day, Ballade De Johnny Jane 등 그녀의 히트곡이자 갱스부르가 선사해 준 곡들은 아직도 전세계의 라디오 전파를 탄다. 두 명의 딸, 샬롯 갱스부르 Charlotte Gainsbourg (가수/영화배우)와 루 드와이옹 Lou Doillon (모델/영화배우)의 빼어난 감각 역시 어머니의 유전인자다. 제인 버킨은 훌륭한 영화배우였고 모델이었다.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걸작 “욕망(Blow-Up)”을 포함해 세르쥬/프랑스와의 인연을 만들어 준 “슬로건”, 그리고 “나일 살인사건”과 “누드모델”,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등에 출연했고, 85년에는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도 수상했다. 각본 집필과 연출 능력까지 겸비한 제인 버킨은 2007년에는 “Boxes”라는 영화를 연출했으며, 동시대에 존재하는 전설적인 아티스트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작고한 싱어송라이터이며 프랑스 배우인 세르주 갱스부르 Serge Gainsbourg 의 아내, 그리고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 샤를로뜨 갱스부르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제인 버킨은 1973년 첫 앨범 '디 두 다 (Di Doo Dah)'를 발표하며 현재 총 10여 장의 정규 앨범을 내놓았으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투어가 끝나면 두번째 영화 작품 감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 시대의 아이콘, 제인 버킨과 세르쥬 갱스부르
    무엇보다 제인 버킨을 얘기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프랑스 대중 문화 뿐 아니라 전세계 대중문화 (영화, 음악, 패션, 문학 등 거의 모든 장르에 걸쳐) 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세르쥬 갱스부르 Serge Gainsbourg가 될 것이다.

     

    20년 전에 세상을 떠난 그와 제인 버킨은 삶의 동반자이자 음악적 동반자적 관계였는데, 그들이 함께 만들어 낸 히트곡은 69년 (영어가 아닌 곡으로는 가장 많이 팔린 싱글로) UK차트 역사를 바꿔 놓으며 외설시비까지 불러 일으켰던 “Je T’aime…Moi Non Plus”를 포함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그들이 함께 만들어 낸 작품들은 오늘날 후대 뮤지션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르쥬 갱스부르의 곡들을 다시 부른 커버 앨범에 프란츠 퍼디난드, 포티시헤드, 프랑소와즈 아르디, 파이스트, 마이클 스타이프(REM), 자비스 코커(PULP), 칼라 브루니, 제임스 이하 등이 참여했다는 사실이나 아케이드 파이어, 닉 케이브, 카일리 미노그, 메데스키 마틴 & 우드, 베이루트, 벡, 드 라 소울 등 다양한 음악 스타들이 그들의 곡을 리메이크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영향력은 입증되고도 남을 것이다. 특히 제인 버킨이 커버 모델과 보컬로 참여한 세르쥬의 앨범 “Histoire de Melody Nelson”(1971)은 오늘날 수많은 아티스트와 디제이, 그리고 전세계 음악 팬들이 추앙해 마지 않는 걸작 앨범인데, 2011년에 시작된 이 제인 버킨의 월드투어는 바로 이 앨범의 발매 4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녀만큼이나 유명한 에르메스의 버킨백 탄생실화는 1984년, 우연히 에르메스의 회장과 제인버킨이 비행기에서 동석을 하면서 시작된다. 에르메스의 회장이 버킨의 가방을 보고 "에르메스? 우리 회사의 제품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녀는 "가방크기가 너무 작아서 물건을 담기가 힘들다. 좀 큰 가방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것이 바로 이 제인버킨의 이름을 따게 된 "버킨백"이다.

     

    세계적인 브랜드, 에르메스에서 그녀의 요구로 브랜드의 시그니쳐 백을 만들었다. 그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대기기간이 3~5년까지 걸린다고 하니, 이정도면 단순하게 가방이라기보단 에르메스, 그리고 제인버킨 그 자체이다. 그녀의 영향력은 단순히 패션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지난 내한 때 방송 인터뷰를 위해 제인 버킨을 만난 후 이효리는 방송과 책을 통해 “인생에 (제인 버킨이라는) 롤모델이 생겼다”고 말했다. 짧은 인터뷰 시간이었지만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그녀와의 인터뷰 말미, 제인 버킨은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선 그 자리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애장해왔던 ‘인생의 첫 시계’를 풀어서 내놓았다.

     

    명품 시계인데다 그녀가 오랫동안 아껴온 물건이었기에 사람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일본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그녀는 자신이 오랫동안 들고 다니던 버킨백을 경매에 내놓았다. 이 가방은 16만달러. 우리 돈으로 1억 7천만원에 판매되었다. 명품백으로 유명한 “버킨백”. 어떤 이들에겐 이것이 욕망의 가방이지만, 그녀에겐 아웅산 수치 여사의 사진을 붙여 놓은 버마 민주화를 위한 가방이었고, 전세계를 뛰어 다니며 자선 활동을 할 때 소지품을 넣고 다니는 구호용 가방이었으며, 판매 수익금으로 사람들을 돕는 가방이었다. 제인 버킨은 동시대 가장 열정적인 사회 운동가, 자선 운동가 중 한 명이다.

     

     

     

     

     


    제인 버킨이 스스로 마지막 투어라고 일컫는 이 공연, 그러니까 “Jane Birkin Sings Serge Gainsbourg”라는 부제를 단 투어는 2011년 초부터 시작되었다. 발단은 일본 대지진이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이티, 보스니아, 팔레스타인, 르완다, 버마 국경 지대로 달려가 힘든 텐트에서의 생활을 마다 하지 않고 구호 활동을 했던 것처럼 그녀는 대지진의 와중에 무작정 일본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외국인들이 일본을 탈출하던 시점이었다. 여진의 공포가 남아 있던 그 곳에서 그녀는 현지 일본 뮤지션들의 도움을 받아 자선 공연을 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가 오래 전에 약속했던 세르쥬 갱스부르의 사후 20주기를 기념하는 북미 공연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녀는 곧장 이 일본 음악가들을 생각해냈다.


    세르쥬 갱스부르의 사후 20주기를 기념하고 대지진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마련된 몇 차례의 공연은 월드투어로 확대되었다.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뮤지션들과의 호흡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고 제인은 사상 최고의 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약 2년간 진행된 이 기나긴 투어는 출발점이었던 파리와 동경에서 다시 공연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될 예정이었다. 동경을 향하는, 이 마지막 월드 투어의 마지막 여정에 앞서 말한대로 팬들의 요청에 의해 한국이 추가된 것이다.

     


    흔치 않은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
    3월 30일. 왜 많은 사람들이 제인 버킨에 열광하는지, 세르쥬 갱스부르가 왜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는지, 그리고 영국에서 태어난 가수/배우/모델/작가/영화감독이 왜 프렌치 팝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서울에서 열린다. 한국의 자살율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제인은 지난 공연에 온 관객들에게 “행복”을 강조했다.

     

    그녀의 공연은 아름다운 음악 외에 아름답고 현명하게 늙어갈 수 있는 법, 어떤 상황에서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 또는 삶의 지혜 같은 것들 것 안겨다 준다. 그리고 이 공연은 오래도록 기억할만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시는 없을 것 같기에 더 소중하다. 우리 시대의 아이콘 제인 버킨을 볼 수 있는, 그리고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정녕 흔치 않은 기회다. 팔색조같은 그녀의 히트곡들을 들을 수 있다. Di Doo Dah, Ballade De Johnny Jane, Amour Des Feintes, Baby Alone In Babylon 등과 Ex Fan Des Sixties의 수록곡인 L'aquoiboniste, Classe X와 Vie Mort Et Resurrection... 그리고 인생의 동반자였던 세르쥬 갱스부르의 곡을 다시 부를 것이다.

    올해 68세를 맞은 제인 버킨은 이번 투어가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공연이라 말했다. 한 시대의 아이콘이자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는 일이 어디 흔하랴. 그래서 그녀의 이번 내한은 더욱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2013.04.02

    글. 햇빛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