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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다른 날 마마스 건 공연을 관람하게 된 두 탐음매니아
솔직히,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워낙 당첨운이 없는 나이기에 별 기대없이 참여한 공연초대 이벤트가 덜컥 당첨이 되어버린 것도 있고, 전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뮤지션도 아니고 거기에 목요일 저녁공연이다 보니 같이 갈 사람을 찾는 것도 마땅치 않았다. 그리고 그 날 따라 외부로 출장을 갔다가 현지 퇴근. 낯선 동네에서 홍대로 가다보니 버스도 잘못 타서 헤매고, 여러모로 짜증만 쌓여 있었다.
그래도 싸이뮤직에서 힘들게 마련해준 자리이고 나보다 100배는 더 가고 싶었던 사람의 기회를 내가 대신 얻은 것이기도 하기에 그런 못된 생각은 접고 우여곡절 끝에 공연 10분 전에 홍대 브이홀에 도착했다. (이상재)
이틀간 펼쳐진 마마스 건 내한공연의 기록
12월 1일 - 탐음매니아 이상재의 후기
공연장 구석 기둥에 삐딱하게 기대 서서 팔짱을 끼고 뚱한 얼굴로 무대를 응시하며 요즈음 나를 괴롭히던 이런저런 고민거리를 생각하다가 적당히 보다가 나가자...라고 생각을 할 때쯤 막이 열리며 오늘의 주인공, 마마스 건(Mamas Gun)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는 정말, 진짜, 레알, 100여 분 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마마스 건'을 알게 된건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였다. 최근에는 거의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정통 소울/훵크라니, 아직도 혼자 시대착오적으로 고전 소울에 취해있는 나는 단번에 팬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주변에 마룬 5(Maroon 5)나 자미로콰이(Jamiroquai)같은 뮤지션 또 없냐? 라는 질문을 받으면 '이것도 들어봐'라며 추천하는 1순위 밴드였다. 풍성한 연주와 프런트맨 앤디 플랫츠(Andy Platts)의 쫀득쫀득한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잊고 있던 소울의 감칠맛을 느끼게 해준다.
특별한 멘트없이 바로 공연이 시작했다. 첫 번째 곡은 2집 음반의 타이틀 곡인 'The Life And Soul'이었다.(멤버들이 보던 셋리스트에는 Soul이 아니라 Seoul이라고 센스 돋게 써 있었다) 강한 비트로 시작해 긴장감을 모으고 앤디 플랫츠(Andy Platts)의 맑은 목소리가 여유로운 조화를 불러 일으켜서 내가 좋아하는 곡이었다. 계속해서 'Heavy Hands', 'Rico'를 이어 4번째 곡, 'You Are The Music'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후렴구에서 폭발하는 에너지에서 우리는 모두 넋을 놓고 있었다.
별다른 소개도 없이 5번째 곡, 경쾌한 락큰롤 'Finger On It'이 이어졌다. 중간에 키보드를 맡은 데이브 버넬(Dave Burnell)과 베이시스트 렉스 호란(Rex Horan)이 익살스런 춤을 추면서 분위기를 돋궜다. 그렇게 관객들 모두 정신없이 춤을 추다가 'Pots of Gold'로 노래가 바뀌자 심장박동을 진정시키면서 느긋한 그루브에 몸을 맡겼다. 안정적인 연주에 나긋나긋한 앤디 플랫츠의 목소리에 나는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안개가 깔리는듯한 전주와 더불어 80년대 형사물같은 긴박한 리듬으로 전개되는 'Let's Find A Way'가 이어지고, 모타운 소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Big Betty'가 계속 되었다. 음반에서 들었을 때는 브라스와 코러스가 함께해 굉장히 풍성한 느낌이 매력적인 곡인데 여의치않게 다섯 멤버들로만 이루어진 라이브에선 그 풍성함을 느끼지 못해 좀 아쉬웠다. 그렇지만 탄탄한 라이브 연주는 색다른 매력을 안겨주었기에 개의치않고 정신없이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그루브를 억제하고 능수능란한 보컬스킬로 곡을 이끌어가는 발라드 'The Art'를 들을땐 모두 눈을 감고 있었지만, 곧바로 이어진 뚱뚱한 베이스가 인상적인 'House On A Hill'은 다시금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스윙풍의 연주가 매력적인 'Rocket To The Moon'도 정말 좋았다. 중반의 파워풀한 연주와 함께 기타와 탬버린을 연신 바꿔들며 끊임없이 에너지를 뿜어대는 앤디 플랫츠를 보고 있자니 나도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박수를 따라치게 만드는 드럼의 파열음이 인상적인 'Inferno'를 마치고 스쿨밴드의 싱그러운 멜로디를 가진 'Reconnection'이 시작되기 전 대뜸 '이 곡이 우리의 마지막 노래입니다'라고 하더니 정말 곡이 끝나자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버렸다.
우리는 모두 앵콜을 외쳤다. 그날 마포구에서 가장 뚱한 얼굴을 하고 들어왔던 나도, 나처럼 혼자와서 평론가의 분위기를 풍기던 뿔테안경남도, 뒤로 묶은 머리카락으로 내 눈을 쉴새없이 찌르던 내 앞의 아가씨도 모두 같이 앵콜을 외쳤다. 마치 장난감을 뺏긴 아이들처럼 빽빽대던 우리들은 다섯 멤버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다시 들어와 악기를 집어들자 언제 그랬냐는 듯 헤헤거렸다.
앵콜곡은 3곡이 이어졌다. 2집에서 가장 묵직한 울림을 가진 'Get A High', 중독적인 멜로디와 훵키한 연주가 일품인 'Psycho Territory', '렉스'프로페서' 호란의 저음 목소리로 시작되는 블루스 넘버 'Bitch'였다. 마지막곡에 이르러서야 멤버들의 소개와 더불어 솔로연주가 있었다. 원곡보다 길게 이어진 마지막곡에 모두가 하나의 호흡으로 뭉쳤을 때, 다섯 멤버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어깨동무를 하고 꾸벅꾸벅 인사를 다섯 번 했다. 그리고 비로소 공연이 끝났다.
나는 약간 멍한 기분으로 계단을 올랐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하도 뛰어서 그런가 외투를 입을 기분이 들지 않았다. 지상으로 올라와서 무표정한 표정의 사람들을 봤다. 아까의 내 표정이 저러했을것 같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헝클어진 머리와 옷매무새, 상기된 얼굴이지만 그 누구보다 만족스러운 얼굴. 옷을 고쳐입으면서 우울한 표정의 사람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마마스건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들이 불쌍해.
12월 2일 - 탐음매니아 햇빛윤의 후기
마마스건이 좋다. 요즘 듣고 있는 곡들은 Bruno Mars, Mamas Gun, Wouter Hamel... 나열하고 보니, 요즘의 차가운 공기와는 상반된 따뜻한 음악들이다. 포근하고 조근조근한 음색들... 이들을 꼭 한번쯤 무대에서 마주하고 싶었다. 마침 싸이뮤직 공연초대 이벤트가 있어서 1등으로 신청해보았지만, 안됐다. 으으.. 그러던 참에 싸이뮤직에서 '이주의 공연' 취재 요청이 왔고, 냉큼 수락했다. 네. 저 쉬운 여자입니다. 럭키!! 행복하다. 그래, 행복이 별건가. 아침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에, 옆 부서 직원이 준 커피 머핀에, 고객님의 통화 연결음에, 이런 소소한 행운들에게서 커다란 행복을 느낀다.
퇴근 후 KTX 타고 공연장으로 빛의 속도로 날아간다. 먼 공항철도역을 뛰어도 숨이 안찬다. 가뿐해 이 정도는! 다행히 공연시작 전 도착. 낯익은 얼굴들과 눈인사를 간단히 하고, 바로 촬영모드. 기쁘다. 즐겁다. 신난다. 사랑하는 '음악'과 사랑하는 '사진을 찍는 일'.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 그 순간을 기록하고, 되새기고, 추억을 공유하는 것. 너무나도 좋아하는 일들이다. 가끔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분명히 좋아하니까 기꺼이 할 수 있다.
대충 훑어듣고, 꽂히는 몇 곡만 반복적으로 듣는 습관 때문에 그 몇 곡이 마음에 들면 '그 뮤지션 좋아한다'고 쉽게 말하곤 한다. 그 곡들만으로 판단해버린다. 그래서 마마스 건도 좋아한다. 비교적 무난하게 듣기 좋은 'Heavy Hands'에 이어, 'Rico'는 유난히 좋아하는 베이스가 돋보이는 곡이라서 기억하고 있다. 이어진 펑키한 그루브 'Finger On It'과 특히 좋아하는 'Pots of Gold'는 최근 Sigur Ros의 'Hoppipolla'를 대신하고 있는 나의 Healing Song. 다른 곡들보다 이 곡이 귀에 들리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공연장의 특성상 무대와 관객이 멀지도 않았고, 이렇게 눈 앞에 가까이 보이는데도 그들이 곧 사라져버릴 걸 알아서였는지 꿈결 같았다. 반달 눈에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두 손을 맞잡고, 소녀처럼 따라불렀다. 'House On A Hill'은 특유의 경쾌하고 신나는 리듬감으로 고개와 손목을 까딱까딱 해가며 신이 났다. 날 더 신나게 해주세요! 'Rocket To The Moon'의 '프로페서'는 너무너무 귀여웠다. 매력적인 센스쟁이 교수님의 베이스연주도 퍼포먼스도 멋있었다. 'Chasing Down Shadows'도 좋아하는 곡인데, 아쉽게 듣지 못했다. 내 취향이 좀 올드하긴 한가 보다. 꼭 듣고 싶었는데...
말도 안돼 무대가 끝났다! 어느 무대나 그렇겠지만, '놓치고 싶지 않아! 가지마요.'하는 아쉬움이 듬뿍! 그래... 사실 우린 앵콜 곡이 준비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지. 그래도 간절히 불러본다. 두둥! 익살꾼 키보디스트 Dave Burnell이 먼저 등장한다. 자아 어서 다들 나오세요! 'Psycho Territory'는 또 하나의 좋아하는 곡. 내가 좀 마이너 취향일까. Andy Platts의 보컬과 다소 파워풀한 Terry Lewis의 기타연주가 돋보인다. 그리고 너무 즐거웠던 'Bitch'는 Rex Horan의 베이스와 초저음의 보컬이 완전 귀여웠다!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 지르는 Bitch!! 종이비행기 세례도 너무 신났다. 마마스 건들은 더 신나했다.
매번 느끼지만 한국 관객들은 정말 잘 논다. 그래서 해외 아티스트들이 더 감동받고 가는 것 같다. 몇몇의 해외 뮤지션들은 한국에 깊은 애정을 느껴서 심지어 한동안 한국에 머무르기도 하고, 한국에 대한 책을 낸다거나(Lasse Lindh), 한국에서 뮤직비디오를 찍는다거나(French Horn Rebellion), 곡을 쓰기도 한다. 그 이유는 아낌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관객들 때문이 아닐까. 한국관객들 리액션 최고!
이 날 공연이 끝나고 싸인회가 있었는데, 생일을 맞았다는 팬을 위해 즉석에서 '생일축하'노래를 이 영국의 다섯 남자들이 불러주기도 했다. (내일 생일인데 나도 불러줘..) 특히, Andy Platts는 나에게 Sweety~라고 불렀고, Dave Burnell와 Terry Lewis는 Honey~라고 했다. 훈남드럼 Jack Pollitt은 애정어린 눈빛과 영국식 영어로 뭐라뭐라 했는데, 미안해요 못 알아듣겠어요. 공부는 하랄 때 하자.
아무튼 영국의 다섯 남자에게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폭풍고백 받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아. 황홀한 고백 돋는다. 네. 전 행복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행복했습니다.
2011.12.15
글. 이상재 / 글. 사진 햇빛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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