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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팝 아티스트 윤한
    윤한 Private Concert Part.2 The Piano and Friends
    With Contra Bass 황정규, drum 김진헌, Guitar & Chorus Chris B, Trumpet & Chorus 유승철

     

    공연 중 촬영이 불가했기 때문에, 리뷰 내 이미지는 리허설 이미지가 사용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윤한 공식팬클럽 오르페우스]


    [윤한 ; 더 피아노 앤 프렌즈 The Piano and Friends]
    싸이뮤직에는 싸감녀(싸이감성녀)라 불리는 어쿠스틱/인디/재즈를 사랑하는낭만적인 취향의 유저군이 있다. 때로는 사랑스럽고, 때로는 우울하고, 때로는 순수한- 센티멘탈의 아이콘이다. 그런 싸이뮤직에서 재즈차트 1위와 동시에 15위권에 5곡이나 올리며 주목받은 피아니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윤한이 있다.

    버클리 음대 차석졸업의 이력만 보고 ‘흔한 음악신동’인 줄 알았는데, 19세에 피아노를 배웠다고 하니, 조기교육의 수혜자는 아니였다. 하루 21시간씩 4년간 연습했다고 한다. 고운 용모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지독한 승부욕이다.
    영화음악 작곡을 전공해서 그런지 그의 음악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기승전결의 감정선이 귓가에 들리고, 눈 앞에 펼쳐진다. 화려한 기교없이 담백하게, 하지만 마음 깊이 자극한다. 최근 몇 년간 슬픈 영화나 드라마도 날 울리지 못했는데, 그의 음악이 내 심장을 따끔거리게 하고, 눈이 맵게 하더라.
    뮤지컬에는 문외한인지라,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건 미처 몰랐는데,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와 함께 주인공 ‘이스마엘’에 더블 캐스팅되며 ‘한국뮤지컬대상’, ‘더뮤지컬어워즈’ 등 각종 시상식에 작품이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클래식, 어쿠스틱, 재즈, 팝에 이어 뮤지컬 팬들까지 단숨에 사로잡으며, 작사, 작곡, 프로듀싱, 보컬, 피아노, 그리고 연기까지- 넘치는 재능과 매력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팝 아티스트 윤한.
    2010년 데뷔 후 첫 콘서트가 하루 만에 매진되었으니, 팬들의 충성도 또한 알 만하다. 지난 첫 콘서트가 피아노 위주의 공연이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윤한 ; 더 피아노 앤 프렌즈 The Piano and Friends >라는 부제처럼 윤한의 피아노와 그의 실력파 친구들이 들려주는 드럼, 콘트라베이스, 기타, 트럼펫의 구성으로 사운드에 풍성함을 더했다.

     


    1부 Piano Solo
    앨범위주의 셋으로 진행된 1부에서는 로퍼와 셔츠, 보타이의 댄디한 복장으로 등장. 떨기도 하고, 농담도 건내며, 피아노 솔로를 들려줬다. 멘트마다 깨알 같은 예능욕심이 엿보였다. 클래식 계열에서 처음 보는, 고리타분하지 않은 캐릭터다.

     

    Kiss
    수줍게 떨면서 첫 곡으로 들려준 Kiss는 영화 ’4월이야기’, ‘냉정과 열정사이’가 떠올랐다. 봄과 첫사랑. 그런 설렘과 싱그러움, 아련함까지 느낄 수 있는 곡이다.

     

    Just Friends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법한 사랑과 우정 사이의 묘한 감정을 담은 가사에 공감

     

    March 2006
    싱어송라이터의 이점일까. 자신이 쓴 곡과 가사라서 그런건지, 특유의 집중력인지… 곡 하나하나에 몰입이 상당하다. 코감기 걸렸는데 숨도 크게 쉬지 못할 정도였다.

     

    여전히
    모두 잠들고 홀로 깨어있는 새벽, 감춰둔 그리운 감정들이 스멀스멀 뒤섞이는 시간에 들으면 좋을 것 같은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삽입곡

     

    편곡수업J
    많은 곡들이 비슷한 코드진행을 공유하고 있으며, 편곡만 다를 뿐이라며… 들려주는 곡과 같은 코드인 유명한 곡을 맞춰보라고 했다. '바보처럼-윤한'. 'Nothing better-정엽', '미안해요-김건모'를 들려줬는데, 결국 밝혀진 이 곡들과 같은 코드의 유명한 곡은 ‘아기공룡 둘리’였다. 깨알 같은 지식도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

     

    Beautiful Love
    1부의 마지막 곡이었는데, 애절하고, 달콤하고, 감미롭고, 격정적이어서 마음이 아팠다. 사랑의 수 많은 감정들이 이 한 곡에 충분히 녹아들어 있었다.

     

     


    2부 Piano with Friends
    검은 수트를 맞춰입은 윤한과 그의 친구들이 점점 더해질수록 클래식한 분위기에서 그루브하고 재지한 분위기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모두 일어나게 만들었던 락킹한 엔딩까지- 보통의 피아노 콘서트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I'm in Love
    달달한 가사로 싸감녀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Ra.D의 곡. 피아노치며 노래하는 남자에 대한 로망을 눈 앞에서 실제로 보게되니 꿈결같더라… 어떡하지…

     

    Pretend & Ordinary People (with Guitar)
    윤한의 사촌인 기타리스트 Chris B의 자작곡 Pretend으로 시작한 기타세션. 20살이라는데, 그 이상의 노련함이 느껴졌다. 존 레전드 John Legend의 'Ordinary People'도 익숙한 곡이어서 편한 마음으로 즐겼다.

     

     

     

     

     

    Paris & Cinema Paradiso (with Contra Bass)
    콘트라베이스의 음색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베이스주자의 등장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손가락으로 둥둥- 몸통을 울리는 피치카토 pizzicato 주법도, 커다란 활로 켜는 것도, 전부 다 좋다. 'paris'는 윤한의 2집 수록곡인데, 앞서 들었던 ‘Beautiful Love’의 감정선과 비슷해서 듣고 있자니 가슴이 저민다. 엊그제 맥주 한잔 하고 밤길을 걸으며 들었다가 눈물이 날 뻔 했다. 이어진 이탈리아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 '시네마 천국' OST 중 Cinema Paradiso.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선곡에 친근함이 느껴졌다. 한 공연에서,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같은 아티스트가, 관객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 게 쉬운 건 아닐텐데 말이다. 아무래도 피아노와 베이스의 듀엣은 서로의 호흡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는데, 흐름이 끊기지 않는 정도에 서로 배려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메트로놈처럼 딱딱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였지만, 적당히 조화로운 연주랄까-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위기가 더 듣기 좋다.

     


    Ribbon in the Sky & Over the Rainbow (with Drum and Contra Bass)
    쾌활해보이는 드러머(이번 주 입대예정)의 등장으로 또 한번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티비 원더 Stevie Wonder의 Ribbon in the sky는 윤한의 편곡으로 감미로운 피아노선율, 그루브가 느껴지는 베이스, 가벼운 느낌의 드럼 심벌까지- 매력있게 들린다. 확실히 드럼이 합류하면서 좀 더 비트감과 안정감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OST 중 Over the rainbow는 여러 버전으로 리메이크 되는 곡인데, 이번에 윤한과 친구들이 선보인 연주는 영화로만 보던 남미 혹은 뉴욕의 재즈클럽에 온 기분이 들게 했다.

     

    When I fall in Love & Cappuccino & London (All Together)
    트럼펫주자까지 함께 한 영화’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삽입곡인 When I fall in Love. 아직 윤한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보였다. 이어진 어쿠스틱하고 달달한 Cappuccino와 소울과 그루브로 넘치는 London까지. 특히 London의 라이브는 음원으로 듣던 것보다 더 맛깔나는 분위기여서 몸이 근질근질했다.

     


    피아노 치며 노래 부르는 남자에겐 반하지 않을 수 없구나!
    콘서트 치고 짧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왜 그리 아쉬웠는지… 마지막 곡 연주 후에도 관객들이 아무도 나가질 않는다.
    다시 등장한 윤한. 사실 내가 좋아하는 넘버들을 듣지 못해 내심 서운했는데, 듣고 싶었던 Marry me를 무반주로 부르며 다시 등장- 아… 노래 잘하는 남자한테 별로 매력 느낀 적 없는데,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르는 남자는 저항할 수가 없는 거구나… 그래서 드라마에서 다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르는 거였구나… 달달한 가사에 이미 다 녹아 버렸어…

     

    이어진 From paris To Amsterdam. 그루브 충만한 세련된 곡.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며 고개 까딱까딱 하고 있다. 펑키한 소울-블루스-재즈- 여성비율 90%이상의 관객들이지만 리듬 타는 사람이 설마 나 뿐이진 않겠지!
    갑자기 핸드폰 꺼내서 가사 검색하고 따라 부르라고 시킨다. '사랑하기 때문에-유재하'.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셋으로 친밀도를 높여주는 센스! 와우!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 곡은! 이어진 락킹한 Jamie Cullum의 Mixtape로 열광적인 마무리까지. 결국 이 공연은 신나는 공연으로 기억될 것이다.

     

    피아노 전공이 아닌 영화음악 전공인 그는 공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영화음악은 클래식, 재즈, 가요, 팝, 힙합 등 여러 가지 장르를 담을 수 있는데 이를 잘 살려 풍부한 공연을 보여주겠다"고… 그의 이런 다짐이 잘 반영된 공연이었다. 많이 준비한 티가 여실하게 드러났고, 중간 중간에 익숙한 곡들을 배치해서 지루할 틈 없이 즐거웠다. 대중적인 관객까지 배려한 것이리라.

     

    1부의 피아노도, 2부의 세션들과의 협연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충분했다. 공연 내내 즐거워하며 행복한 미소짓던 그를 떠올리며, 다음 공연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궁금하다.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2012.08.30

    글. 햇빛윤